마침내 시작되는 UEFA 챔피언스 리그 결승, 그리고 놀라운 세리에 A 강등 플레이오프!
2022 FIFA 월드컵 일정 때문에 2022-23 시즌은 요 몇 년 동안 유래 없을 만큼 기간이 길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스릴이 부족했던 것은 전혀 아니고 오히려 그 반대였다. 모든 대회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드라마틱한 전개가 펼쳐졌으며, 이제 남은 경기가 정말 한 손에 꼽을 만큼도 남지 않았지만 그 중요성만은 지금까지의 어떤 경기보다도 훨씬 크다고 할 수 있다. 그중 하나는 말 그대로 천금보다 값진 영광이 걸린 경기인데, 바로 이번 주말에 펼쳐질 UEFA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이다. 맨체스터 시티와 인테르가 클럽 축구에서 가장 위대한 트로피를 두고 단판 승부를 벌인다. 다른 한편, 이탈리아에서 펼쳐질 세리에 A 강등 플레이오프는 스페치아와 베로나 팬들에게는 챔스 결승만큼이나 중요한 경기가 될 것이다. 이탈리아에서 18년 만에 성사된 순위 결정전에서 승리하는 팀은 세리에 A에 잔류할 수 있지만, 패배하는 팀은 눈물을 머금고 세리에 B로 내려가야 한다. 이번 유럽 축구 시즌의 마지막 주말. 과연 대미를 장식할 경기에서는 어떤 웅장한 드라마가 펼쳐질까?
어느 팀에 걸어야 할지 모르겠다고? 이 프리뷰와 함께 살펴보고 현명하게 베팅하라.

차례:
- UEFA 챔피언스 리그 – 결승전 – 맨체스터 시티 vs 인테르
- 세리에 A – 강등 플레이오프 – 스페치아 vs 베로나
UEFA 챔피언스 리그 – 결승전 – 맨체스터 시티 vs 인테르
자, 드디어 UEFA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이 시작된다. 53개 축구 협회 소속의 78개 팀이 자웅을 겨룬 끝에 남은 단 두 팀이 최후의 영광이 걸린 단 한 경기를 앞두고 있다. 맨체스터 시티와 인테르는 앞서 한 번도 경기를 치른 적이 없으며, 잉글랜드 클럽과 이탈리아 클럽이 챔스 결승에서 맞부딪히는 것도 2007년(리버풀 vs 밀란) 이후로 처음이다. 그 직전의 잉글랜드 클럽 대 이탈리아 클럽 결승은 2005년이었는데, 우연찮게도 이번 경기는 당시와 같은 터키 이스탄불의 아타튀르크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다.
맨체스터 시티는 세 번째로 메이저 유럽 대항전 결승전에 진출했으며(1970 컵위너스컵, 2021 챔피언스 리그), 2년 전 챔스 결승에서 패배한 기억을 여전히 간직한 채 지금까지도 손에 넣지 못했던 마지막 트로피를 향해 손을 뻗는다. 정말로 펩 과르디올라 감독의 지도 하에 맨시티가 손에 넣지 못한 우승컵은 그 밖에 아무것도 없었다. 15년쯤 전 아랍에미리트의 구단주가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기 시작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계속해서 목표로 해 온 트로피 컬렉션의 마지막 조각인 것이다. 마침내 그들의 날이 올까? 맨시티는 (시즌 결과가 이미 모두 정해졌기에 별 의미 없었던) 프리미어 리그 마지막 라운드 경기에서 브렌트포드에게 0:1 패배하면서 26경기 연속 무패 행진을 마감했다(21승 5무). 중단되었지만 충분히 대단한 기록이며, 그 26경기에는 이들이 치른 챔스 녹아웃 스테이지 경기가 모두 포함된다.

토너먼트에서 라이프치히(합계 득점 8:1 승), 바이에른 뮌헨(합계 득점 4:1 승), 디펜딩 챔피언 레알 마드리드(합계 득점 5:1 승)를 모두 제압한 맨시티의 기록은 이제 놀랍지도 않은 무자비한 득점력을 잘 보여주지만, 대부분의 골이 홈 경기장에서 기록되었다는 점은 특기할 만하다. 실제로 맨시티는 올 시즌 챔스에서 한 번도 지지 않았지만(7승 5무), 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서는 24골을 터뜨린 데 비해 원정 경기에서는 7골에 그쳐 원정에서의 공격력을 개선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이번 주말 이스탄불 원정은 클럽 역사상 가장 중요한 경기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챔스 원정 경기에서 5번 연속으로 무승부를 기록한 바 있다! 지난 주말 FA컵 결승에서 승리한 맨체스터 시티는 여전히 프리미어 리그-FA컵-챔피언스 리그의 메이저 트레블 달성을 노리고 있다. 축구에서 정말 달성하기 어려운 기록이지만, 이번에 이기면 위대한 승자들의 명단에 당당히 이름을 올릴 수 있게 된다.
그 위대한 승자들 중 하나가 바로 인테르이다. 이들은 13년 전에 세리에 A, 코파 이탈리아, 챔피언스 리그를 모두 석권하며 이탈리아에서 메이저 트레블을 달성한 바 있다. ‘네라주리 군단’ 인테르의 영광의 시절이었던 그때와는 달리 이번 결승전에 이들은 언더독의 입장으로 나서지만, 모두 알다시피 축구에 당연한 것은 없다. 맨시티는 원정에서 살짝 힘이 빠지는 모습이었으나 인테르는 상대적으로 외국에서 치른 경기 성적이 좋으며 최근 2번의 챔스 원정 경기에서 모두 승리했다. 한 번은 벤피카와의 8강 경기였으며, 다른 한 번은 (홈 경기나 마찬가지지만) 밀란과의 준결승이었다. 과연 가장 중요한 승부인 이스탄불 원정에서도 좋은 기세가 이어질까?

인테르의 시모네 인자기 감독이 가장 우선적으로 고민해야 할 문제는 31골로 대회 팀 최다 득점을 기록 중인 맨시티의 화려한 공격진을 어떻게 막아낼 것인지다. 물론 반대로 인자기 감독이 자랑하는 강력한 수비진은 이번 시즌 챔스에서 최다인 8회의 클린 시트를 기록했으며, 녹아웃 토너먼트 6경기 중 5경기를 무실점으로 마친 바 있기에 과르디올라 감독이 상대의 철벽 수비를 어떻게 공략할지 지켜봐도 흥미로울 것이다. 이러한 창과 방패의 대결을 선수 개개인 수준에서 살펴봐도 재미있다. 올 시즌 챔스에서 12골을 기록한 맨시티의 주포 엘링 홀란은 2위와 4골 차이로 득점 선두를 달리고 있는데, 그를 막아설 인테르의 골키퍼 안드레 오나나는 이번 대회 최다 선방(45회)을 기록 중이다. 인테르의 반대쪽 최전방에서 뛰는 스트라이커 라우타로 마르티네스는 골 가뭄에 시달리며 쉽지 않은 시즌을 보냈으나, 챔스 준결승에서 골을 넣고 코파 이탈리아 결승에서 두 골을 기록해 팀에 우승컵을 안기는 등 절묘한 타이밍에 득점 감각이 되살아났다. 인테르는 코파 이탈리아 트로피가 이번 시즌 유일한 트로피인데, 과연 유럽 최대의 트로피를 손에 넣어 더블을 달성할 수 있을까?
세리에 A – 강등 플레이오프 – 스페치아 vs 베로나
놀랍게도 올 시즌 유럽 축구 마지막 경기는 UEFA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이 아니다. 무난하게 끝날 것처럼 보이던 올 시즌 세리에 A 마지막 라운드에서 91분에 골이 들어가면서 이탈리아에서 18년 만에 치러지는 순위 결정전이라는 진귀한 광경을 볼 수 있게 되었다.
원래 이탈리아에서는 시즌 종료 시 두 팀 간의 승점이 같으면 승자승 원칙에 따라 상대 전적으로 순위가 매겨지게 된다. 하지만, 작년 여름 이탈리아 축구연맹은 우승 경쟁이나 강등권 탈출 경쟁 중인 두 팀이 승점 동률로 시즌을 마친 경우 플레이오프를 통해 순위를 정하도록 규정을 바꾸었다. 순위 결정전은 2005년에 재도입된 이후 처음인데, 정말 오랜만에 이 단판 승부를 다시 볼 수 있게 되었다. 에밀리아로마냐 주의 중립 경기장에서 스페치아와 베로나가 외나무다리 승부를 벌여 이긴 팀은 세리에 A에 잔류하고, 진 팀은 세리에 B로 강등된다.
스페치아는 시즌 최종전에서 기회를 놓쳐버린 것이 후회막심할 것이다. 지난 주말, 로마를 상대로 1:1 무승부를 달성하기 직전이던 ‘아퀼로티 군단’ 스페치아는 91분에 로마의 파울로 디발라에게 페널티킥 골을 내주며 경기를 패배로 마감하고 말았다. 무승부로 경기가 끝났다면 리그 잔류가 확정되는 상황이었다. 강등권에서 깔끔하게 탈출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 레오나르도 셈플리치 감독이 이끄는 스페치아는 이번 순위 결정전에서 반드시 이겨야 생존할 수 있는 처지다. 문제는 이 팀이 최근 12경기에서 1번밖에 이기지 못할 정도로 승리와 인연이 없다는 것이다(4무 7패). 스페치아 입장에서 더욱 억울할 부분은 베로나와의 이번 시즌 상대 전적이 1승 1무로 우위에 있다는 것이다. 보통이었으면 승자승으로 잔류가 확정되었을 텐데, 이번 시즌부터 순위 결정 플레이오프가 다시 도입되어 세리에 A 잔류를 두고 다시 한번 승부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그렇다고 여기에 너무 심리적인 영향을 받으면 정말 곤란한 일이 생길지 모른다. 셈플리치 감독은 선수들을 잘 다독여 마치 컵대회 결승과도 같은 이번 경기에서 최선의 성과를 내야 할 것이다.

베로나 또한 후회되는 장면이 없지 않다. 정규 시즌 마지막에서 두 번째 경기에서 ‘지알로블루 군단’ 베로나는 엠폴리를 상대로 1:0 리드를 잡고 있었으나, 잔자코모 마냐니가 경기시간 96분에 자책골을 득점하며 1:1 무승부에 그치고 말았다. 베로나가 그 경기를 승리했다면 잔류가 확정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이기지 못했고, 마르코 자파로니 베로나 감독은 시즌 최종전에서 로마가 스페치아를 상대로 결승골을 득점하는 순간까지 마음 속으로 강등을 받아들일 준비를 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니 기적적으로 주어진 다음 시즌 세리에 A에 잔류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에 감사하는 마음뿐일 것이다. 10월부터 5월까지 내내 강등권에 처박혀 있던 베로나는 강등이 거의 확실해 보였지만, 4월 8일부터 5월 7일 사이에 6경기에서 3승 2무 1패를 기록하는 등 마지막 반등에 성공했으며 잠깐 꼴찌 3팀에서 벗어나기도 했다. 결국 강등권에 다시 떨어졌지만, 어쨌든 스페치아를 상대로 마지막 승부를 걸어볼 수 있게 된 것도 모두 그때 폼이 올라와준 덕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또한 최근 4경기에서 한 번도 이기지 못하는 등 스페치아 못지않게 경기력이 떨어진 상황이기에 이번 경기 승부의 추가 어디로 기울지는 쉽게 예측하기 어렵다.
선수 개개인을 살펴보면, 가장 주목받는 선수는 스페치아의 음발라 은졸라일 것이다. 세리에 A 개인 득점 공동 5위를 기록했으며 올 시즌 스페치아가 베로나를 2:1로 격파했을 때 두 골을 모두 득점한 바 있다. 베로나의 핵심 선수는 시모네 베르디로, 살레르니타나와 베로나 소속으로 스페치아를 상대로 한 최근 3경기에서 3골을 기록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