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xBit 뉴스
2022-02-15 17:12:00

오랫동안 기억될 동계올림픽 개막식/폐막식

올해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식의 표어는 ‘더 빨리, 더 높이, 더 강하게, 함께’였다. 다양한 볼거리와 명승부로 눈을 즐겁게 해주었던 이번 동계올림픽도 막을 내릴 때가 다가오고 있다. 이 시점에서 과거 가장 창의적이고 감동적이었던 동계올림픽 개막식 및 폐막식을 선정하여 함께 살펴보고자 한다.

차례:

  1. 토리노 – 개막식
  2. 솔트레이크시티 – 개막식
  3. 평창 – 개막식, 폐막식
  4. 밴쿠버 – 폐막식

 

 

토리노

 

2006년 토리노 올림픽을 빼놓고 올림픽 개폐막식을 이야기할 수 없다. 이 스펙터클한 행사를 즐기기 위해 모여 열띤 호응을 보낸 관중 수만 무려 35,000명에 달한다. 이 대회의 테마는 ‘열정이 살아있는 이곳(Passion Lives Here)’이었는데, 의상, 무대, 음악, 공연 등 모든 요소에 이 주제가 완벽하게 담겨 있었다.

인간의 심장 모양으로 만들어진 무대 위에서 공연이 펼쳐졌는데, 무대 앞부분에 심실 형태의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다. 이 공간에 선수단이 자리하도록 하여 평화와 화합이라는 메시지를 담고 선수야말로 올림픽의 핵심임을 표현했다. 개막식의 첫 순서로는 붉은 의상으로 전신을 감싼 아이스 스케이터들이 화염 속에서 뛰쳐나와 맥동하는 듯한 패턴을 그리며 무대 주변을 누볐다. 그 밖에도 올림픽 오륜 형상 위에서 스릴 넘치는 공연을 선보인 공중곡예사들, 올림피코 그란데 토리노 스타디움에 파바로티의 목소리로 울려퍼지며 모두를 전율하게 했던 ‘네순 도르마(아무도 잠들지 말라)’ 등이 세계인의 가슴에 남았다.

또한 토리노 대회는 현대에 들어 최초로 성화를 간접 점화한 대회로도 유명하다. 화려한 불꽃놀이의 타이밍이 너무나 정교하게 맞아들었기 때문에 관중들 모두가 휘황하게 터져나오는 불꽃들이 성화로 옮겨 붙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성화는 안쪽에 장치된 예비용 화염으로 점화되었다

솔트레이크시티

2002년, 비극적인 세계무역센터 테러 사건으로부터 불과 5개월 후, 슬픔에 잠겨 있던 미국에 올림픽 축제의 불꽃이 타올랐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감정을 눌러 담은 연설로 식순을 시작했고, 테러 현장에서 수습한 미국 국기가 등장해 심금을 울리기도 했다.

1980년 레이크플라시드 올림픽에 출전했던 피겨 스케이팅, 스피드 스케이팅 선수들과 당시 금메달을 획득한 아이스 하키 팀이 등장해 올림픽 대회를 위해 스타디움 내의 잔디 자리에 설치된 추상적인 형상의 아이스 링크에서 공연을 벌였다. 이처럼 대단히 미국적인 상징들이 등장하는 공연에 더해, 미국 원주민 부족들이 제례복을 입고 전통 무용을 선보이면서 고유의 흥취를 한껏 더했다. 또한 북미의 토착 동물들과 식물들도 관객들을 반겼다. 유타 주의 터줏대감인 4.5미터 덩치의 들소와 미국 독수리를 형상화한 인형들이 무대 주위를 신나게 뛰어다녔다.

지금까지 묘사한 것만 보아도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이 행사는 미국에서 역대 동계올림픽 개막식 중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평창

 

다음으로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대회를 살펴본다. 개막식의 메시지는 평화와 화합에 초점을 맞추었으며, 올림픽의 오륜 마크를 상징하는 다섯 명의 강원도 어린이가 스토리를 이끌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돋보였던 것은 사상 최대 규모 기록을 세운 드론 쇼였다. 1,218대의 슈팅스타 드론이 대형을 이뤄 스펙터클한 에어쇼를 선보였는데, 올림픽 오륜기는 물론 스노보드, 스키 등 다양한 겨울 스포츠를 형상화한 움직임으로 관객을 매료시켰다. 하지만 관련 프로그램이 담긴 컴퓨터가 해킹 공격을 받아 안타깝게도 라이브 쇼를 취소하고 사전 녹화 버전을 사용할 수 밖에 없었다.

폐막식 또한 관객이 공감할 수 있는 행사로 펼쳐졌다. 13세 기타 신동 양태환 군이 비발디의 ‘사계’를 메탈 버전으로 편곡해 연주했고, K팝 스타 엑소가 히트곡 ‘POWER’를 열창하는 등 다양한 음악을 중심으로 무대를 뜨겁게 달궜다. 열정적인 무대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이 대회의 마지막을 장식한 것은 거대한 스노글로브 속에 담긴 눈보라 폭풍으로 올림픽 성화가 소화되는 장면이었다. 이보다 근사한 마무리가 또 있을까?

 

밴쿠버

 

2010년 밴쿠버 올림픽에서는 기술적 문제로 개막식 진행이 매끄럽지 않았지만, 재치 있는 캐나다인들은 폐막식 첫부분에서 이를 패러디 소재로 활용했다. 스피드 스케이터 카트리오나 르메이돈이 등장해야 할 유압식 리프트에서 스파크와 깃털이 날리고 가짜 치킨까지 튀어나오다가, 작업복 차림의 피에로가 나타나 시스템을 ‘수리’하는 듯한 연기를 보여줬고, 그 후에야 르메이돈이 나타나 성화에 불을 붙이며 뒤늦게나마 뜻깊은 순간을 음미할 수 있었다.

그런 볼거리를 선보인 후에는 하나같이 하얀 옷을 입고 스노보드를 든 고등학생들이 스타디움에 입장했다. 환상적인 불꽃놀이가 펼쳐진 다음, 스노보드 소년소녀들은 ‘Strong(강하다)’과 ‘Free(자유롭다)’라는 단어, 그리고 캐나다를 상징하는 단풍잎을 형상화했으며, 성화를 둘러싸고 공식 게스트의 입장을 환영했다.

올림픽 개막식, 폐막식에서 가장 좋았던 순간은 언제인가? 과거 대회를 회상하는 일이 즐거웠던 만큼 이번 베이징 동계올림픽 폐막식에서는 어떤 스펙터클이 기다리고 있을지 기대된다.